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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

에어팟

by sy.cho__ 2021. 6. 28.

몇일 전 에어팟 본체를 잃어버렸다. 퇴근 중에 어딘가 흘린 모양이다.

본의 아니게 몇일 동안 에어팟(이어폰) 없이 다니니 많이 심심했다. 특히 출퇴근 하는 회사 셔틀버스이나 대중교통과 같은 이동중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동 중의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 하고 있었고 에어팟이 없어 음악과 유튜브, 넷플릭스를 볼 수 없으니 너무 지루했다. 그러던 난 부족한 잠을 채워 체력을 보충하거나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더 잘 쓰게 된 것 같다 하는 자기위안을 한동안 했다. 

잠도 안오고 책도 읽고 싶지 않은 그런 날. 난 심심해서 주변 사람들을 쳐다봤다.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누구하나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승객이 없었다. 조금 더 놀랐던 건, 선 있는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 에어팟 혹은 갤럭시 버즈와 같은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우린 이에 익숙해졌다.

놀랍다. 처음 에어팟이 나왔을 때 무슨 "이어폰이 20만원이 넘어? 이게 말이 돼?" , "디자인이 이게 뭐야. 콩나물 같아 촌스러워" 라는 여론이 많았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기존 이어폰을 쓰면 속으로 '아직도...?' 란 생각이 들 정도다. 기술의 편의성이 이렇게 중요하고 마케팅의 힘이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그렇게 주위를 살피다가 지루해진 난 창 밖을 바라봤다. 생각해보면 창 밖을 보는 날이면 항상 음악와 함께 했던 것 같다. 화창한 날엔 상쾌한 음악, 비오는 날엔 감상적인 음악. 우리의 친구 음악 앱은 이제 날씨에 맞는 음악, 상황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며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 왔다.

이렇게 당연했던 음악 없이 홀로 창 밖을 쳐다보니 또 다른 감성에 젖었다. 화창한 날의 구름은 상쾌한 음악 없이도 날 기분 좋게 만들었고 비오는 날의 하늘과 물방웃, 빗소리는 더할 나위 없는 감성을 전해주었다. 

우리에겐 이어폰 처럼 이제 당연한. 없으면 어색한 기술과 제품이 아주 많다. 공학을 전공한 내 입장에선 또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끝없는 상상을 펼쳐야 겠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그들의 전략에 도취되어 이전의 일상의 행복, 감정을 잊는것은 아닐까

당분간 에어팟 없은 삶을 즐기고 싶으나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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